나는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필름카메라를 사고 싶었다. 본가에 있는 필카는 기능 좋은 DSLR 같은 크기여서 휴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곤란한 사이즈다. 휴대성이 좋은 필카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주변 필카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 매번 필름도 사야 하고 인화도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효율성을 따지는 나에겐 흥미가 떨어지는 요소였다.
필카 다음으로는 영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캠코더를 사고 싶었다. 여행 가서 남긴 영상들을 보면 사진보다 그 기억을 더 선명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코더를 또 알아보았다. 하지만 캠코더는 성능이 좋아질수록 사이즈가 작아질수록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 예산이 충분치 않던 나에게는 슬픈 사실이었다. 적금이라도 부어야 하나 생각이 들쯤 그것을 보고 말았다. 바로 뉴진스 친구들의 디토 뮤직비디오...! 그래 빈티지한 감성! 대충 가격도 알아보니 일반 캠코더보다 더 저렴했다. 그렇기에 빈티지 캠코더로 마음을 굳혔다. 뉴진스 개이뻐.
의식의 흐름
필름카메라 > 캠코더 > 레트로 캠코더 > 레트로 디지털카메라(추후 이걸로 구매)
구매에 이르기까지 레트로 디카와 캠코더를 판매하는 인스타 계정을 2개 발견했는데 이를 소개해보겠다.
- retrobay_vintage_store (레트로베이)
이 계정은 보시다시피 레트로 캠코더와 아이팟을 주로 판매한다. 아주 가끔 레트로 디지털카메라가 올라오기도 한다. 내가 이 계정의 최대 장점을 뽑는다면 판매중일 때는 가격이 오픈되어 있는 점이다. 가격이야 말로 구매까지 가는데 가장 큰 결정 요인이기 때문이다. 주로 JCV, SANYO, Canon 브랜드를 판매한다. 피드에는 제품의 사진과 레트로베이에서 자체 제작한 샘플 영상과 제품의 특징이 업로드되어 있다. 특징을 설명하면서 판매자들의 주관적인 멘트들이 있어 구매를 도와준다. 그리고 이곳에는 현금지급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언박싱 리뷰 시 블로그 7,000원, 인스타 3,000원이 지급된다. 원래 유튜브도 있었는데 그건 삭제된 모양이다. 이곳에서 구매했다면 만원 벌었을 텐데 아쉽다.
내가 레트로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하게 된 이유도 사실 레트로베이에 있다. 레트로베이에서 판매 중이던 디지털카메라를 봤는데 제품 특징에 비디오 촬영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보고 "그럼 필카느낌의 사진과 영상이 둘 다 가능하다는 건가?!" 이렇게 레트로 캠코더에서 레트로 디지털카메라로 생각이 옮겨갔다.
- retro_from_88 (레트로 프롬 88)
이 계정은 레트로 캠코더와 레트로 디지털카메라를 판매한다. 이 계정은 가격은 비공개되어 있고 구매문의 DM을 하면 가격을 알려준다. 이것이 내가 구매까지 간 이유인듯하다... 생각한 거보다 가격이 세서 고민했는데 대기리스트 문의 폭주 이런 디엠이 오니 뭔가 구매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왔다. DM이란... 아무튼! 주로 캠코더는 JVC, VICTOR, 파나소닉 / 디카는 CASIO, NIKON, SONY, 후지필름 브랜드를 판매한다.(뭐는 영어고 뭐는 한글인데 그냥 그렇게 판매 중이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 이 계정에서도 한 피드에 제품의 사진과 레트로프롬 88에서 자체 제작한 샘플 영상, 이미지와 제품의 특징이 업로드되어 있다. 그리고 판매자들의 주관적 멘트들 또한 적혀있다. 이 점이 나 같은 초보자들에게 구매까지 가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내가 디지털카메라를 확인했던 조건들은
- 손떨방
- SD카드 방식
- 경량
- 캠코더 대체 촬영 가능
- 셀프타이머 기능
꽤나 까다로워 보일 수 있는데 사실 이 기능은 대부분이 탑재되어 있고 중요한 것은 판매 중이냐는 것이다. 잠시만 고민하면 금방 판매완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 구매가능했던 나의 디지털카메라는 바로~~
후지필름 FINEPIX Z300 아이스크림 핑크
레트로프롬 88의 설명에 의하면,
와이드 스크린 터치 방식 / 디지털 줌 탑재 / CCD 손떨방 탑재 / 130g 초경량 / 포토 화질 선택 가능 / 비디오 화질 선택 가능 / 캠코더 대체 촬영 / 오토 포커스 촬영 지원 / 영문 메뉴 지원 / 셀프타이머 탑재: 2초, 10초 / SD카드 방식
구성품으로는 본체, 배터리, 충전기
구매과정을 말해보자면,
나) 구매문의 DM 레) 성함/연락처/구입희망 모델을 남겨줘 나) 황새부리 / 연락처 / 후지필름 레) 00만원, 구입 희망하면 주문서 링크 보내드림구입 희망? 나) 희망 레) 주문서 링크 전달, 결제하면 이름번호 남겨줘 나) 주문서 작성, 결제, 황새부리 / 연락처 레) 확인 |
배송이 11~14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12월 30일에 구매했는데 1월 4일에 배송되었다. 아마 일본에서 한국으로 보내서 레트로프롬 88에서 받아서 다시 보내주는 것 같았다. 배송이 빨라 좋았다.
한 2주 정도 써본 후기를 말하자면, 일단 스크린 터치 방식은 반응이 조금 느리지만 조정하는 버튼 부분이 없다 보니 다른 기종에 비해 답답함이 없었다. 스마트폰이나 패드로 같이 넓은 화면이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 편한 디자인 듯하다.
그리고 손떨방이 있어봤자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오산이었다. 본가 집에 있던 삼성 레트로 디카랑 같은 구도로 같은 방식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하나는 엄청 흔들리고 이 카메라는 깔끔하게 나왔다. 색감도 같은 조명 아래서 찍은 건데 이렇게나 차이가 났다. 꽤나 만족스러운 구매였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캠코더를 대체할 생각으로 구매했지만 촬영도중에 줌인 줌아웃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긴 어려웠다.
일단 야외에서 제대로 찍은 적은 없어서 레트로프롬 88에서 찍은 거처럼 필카느낌이 진짜 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직까지는 만족 중이다. 그동안 찍은 사진 감상!
빠른 시일 내로 야외에서 촬영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아마 5년안에 캠코더를 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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